콘텐츠의 연대기
주사위에서 VR 컨트롤러까지, 게임을 조작하는 방식의 진화

말판과 주사위
손으로 말을 옮기고 주사위를 굴려 게임의 변수를 통제하던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뼈 주사위는 최초의 하드웨어 난수 생성기였다.
손과 뼈조각의 인터페이스
가장 오래된 게임 인터페이스는 사람의 손 그 자체다. 나무나 상아로 깎은 말을 집어 격자판 위를 이동시키고, 주사위를 던져 변수를 생성했다.
주사위의 역할은 본질적이다. 인간의 통제 밖에 있는 '운'을 시뮬레이션하는 최초의 하드웨어 난수 생성기(RNG)였다. 플레이어는 물리 법칙에 따라 구르는 뼈조각의 결과에 자신의 전략을 결합시켜 가상 세계와 상호작용했다. 수천 년 뒤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의사 난수 생성도 이 뼈조각의 후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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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와 버튼
전자 게임 화면 속 물체를 조종하기 위해 설계된 최초의 디지털 입력 장치. 몸 전체를 실어 레버를 꺾고 주먹으로 버튼을 내리치는 원초적 조작 체계.
팔 전체로 조종하던 시대
아케이드 캐비닛의 인터페이스는 가장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전투 장치였다. 체중을 실어 팔 전체로 레버를 꺾고, 주먹으로 버튼을 내리치는 행위는 화면 속 우주선이나 격투가와 일심동체가 되는 물리적 연장선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확립한 8방향 레버와 6개 강약 버튼 조합은 디지털 입력으로 복잡한 아날로그적 뉘앙스를 구사하게 만든 격투 게임 인터페이스의 완성형이었다. 파동권 커맨드(↓↘→+P), 디지털 입력의 조합으로 아날로그적 기술을 표현하는 이 문법은 지금도 격투 게임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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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패드와 게임패드
닌텐도가 개발한 십자 모양 방향키(D-Pad). 조이스틱을 대체하여 엄지 하나로 상하좌우를 통제하는 혁명적 폼팩터를 제시했다.
엄지 두 개로 세계를 조종하다
1982년 요코이 군페이는 게임&워치에 넣을 수 있는 납작한 입력 장치가 필요했다. 해결책은 십자 형태의 플라스틱 판 아래 4개의 접점을 둔 D-Pad. 이것이 패미컴(NES) 컨트롤러에 이식되면서 게임 인터페이스의 표준이 탄생했다.
더 이상 팔 전체를 움직일 필요 없이, 방향을 지시하는 왼손 엄지와 행동을 결정하는 오른손 엄지만으로 디지털 세계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엄지 중심의 패드 디자인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최신 콘솔에서도 기본 레이아웃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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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와 키보드
사무용 입력 장치가 FPS와 RTS를 만나며 정밀 타겟팅과 다중 명령 입력 도구로 진화했다. WASD+마우스는 PC 게임의 표준 조작이 되었다.
WASD와 마우스 에임
퀘이크 프로게이머들이 방향키의 한계를 느끼고 W·A·S·D로 이동 키를 재배치한 것이 PC 게임 조작의 표준이 되었다. 오른손의 마우스는 1픽셀 단위의 저격 조준경이 되었고, RTS에서는 한 번의 드래그로 수백 유닛을 선택하는 마법의 지팡이였다.
프로게이머의 초당 수백 회에 달하는 APM(분당 액션 수)을 받아내는 이 조합은, 인간과 컴퓨터 사이에서 가능한 가장 고속의 물리적 다중 입력 체계를 완성했다. 콘솔 패드로는 도달할 수 없는 정밀도와 속도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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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스틱과 햅틱
3D 시대에 맞춰 360도 이동을 가능케 한 아날로그 스틱과, 화면의 충격을 손의 진동으로 환원시킨 햅틱 피드백.
360도 이동과 촉각의 연결
슈퍼 마리오 64가 3D 공간을 열었을 때, 기존 십자 키로는 360도 자유 이동이 불가능했다. 닌텐도 64 컨트롤러의 아날로그 스틱이 0과 1의 디지털 입력을 넘어 살금살금 걷기부터 전력 질주까지의 속도 조절을 가능하게 했다.
더 근본적인 도약은 소니 듀얼쇼크의 진동이다. 이전까지 게임은 시각과 청각으로만 접근했다. 컨트롤러가 윙윙거리는 순간, 폭탄의 충격이 손끝(촉각)으로 전달되었다. 최신 듀얼센스는 활시위의 팽팽한 장력까지 햅틱 모터로 손가락에 시뮬레이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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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와 모션
닌텐도 Wii의 모션 인식과 아이폰 터치스크린이 복잡한 버튼 학습을 없애고, 직관적 몸짓만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시대를 열었다.
버튼 없는 조작
수십 개 버튼 배열을 외우는 것은 비게이머에게 거대한 진입 장벽이었다. 2006년 닌텐도 Wii는 이 장벽을 허물었다. 테니스를 치려면 리모컨을 진짜 라켓처럼 휘두르면 그만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 등장한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은 컨트롤러라는 매개체 자체를 지웠다. 화면을 직접 문지르고, 새총을 당겨서 놓기만 하면 되었다. 입력 장치와 출력 화면이 하나의 유리판 위로 포개지며, 이 극단적인 직관성 덕분에 30억 인구가 게임에 합류하게 되었다.